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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24 3PM 프레스콜

 

원작 아리엘 도르프만

번역/연출 박지혜


헤라르도 에스꼬바르 역  손상규      
로베르토 미란다 역  양종욱      
빠울리나 쌀라스 역  양조아  
 

 

 

양손프로젝트, <죽음과 소녀>.

2012년에도 비슷한 시기, 같은 공간에서 했던 공연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도 좋았지만,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지막 암전이었다.

빠울리나의 손에 쥐어진 권총에서 과연 총성이 울릴 것인가.

암전 속에서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되었다.

 

 

2014년의 <죽음과 소녀> 프레스콜을 신청하면서 나는 그때의 감동을 떠올렸다.

양손프로젝트는 믿고 보는 팀이고, 다시 본다고 하여 그 맛이 사라질 거라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완벽하다 할 만큼 아름다운 한 번의 공연을 경험한 사람을

다시 그만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들었다.

 

 

 

 

날카롭고 폭력적인 느낌을 주는 긴 테이블이 무대를 채운다. 이 테이블과, 테이블 양 끝 의자 두 개, 스탠드 마이크, 그리고 빠울리나의 권총이 이 공연 오브제의 전부다. 배우들은 몇 개 되지 않는 무대소품들을 적극 활용하여 그림을 만들고, 공간을 만들고, 소리를 만든다. 이 공연에 있어서 청각은 굉장히 주요하게 쓰인다.

 

 

 

비록 배우들의 역할이 한 캐릭터로 정해져 있기는 하나, 양종욱 배우의 경우, 그를 로베르토 미란다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복합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다른 배역들은 그를 한 장면을 제외하고 결코 제대로 마주보지 않으며, 그의 대사는 공간이 아닌 심리적인 거리를 그리면서 다른이들을 파고든다.

 

 

2014년의 <죽음과 소녀>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것이다. "잊자.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잡은 빠울리나도, 그와 함께 행복해지길 바라는 헤라르도도, 이제 그만 고통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길 원한다. 슈베르트로 상징되는 미래를, 그들은 되찾을 수 있을까. 이번 마지막 암전에서도 나는 총성을 두려워했다. 

 

 

빠울리나가 쥔 총구가 향한 쪽은 로베르토인가? 아니, 자기 자신인가? 나는 빠울리나가 어떻게 하길 원하고 있는 걸까. 2012년의 그에게 나는 절대 쏘지 말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만약 상대가 정말 사라져야할 어떤 것이라면? 혼란스러움 속에서 답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조명이 밝혀졌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토요일 7시 공연.

손홍규 단편 소설 <투명인간> 원작
강량원 각색/연출
무대 박상봉, 조명 최보윤, 음악 장영규
김문희, 김석주, 강세웅, 신소영

배우들은 참 훌륭해 보인다. 초반 절제 속 자가발전은 훌륭했다. 무대와 조명 사용도 매력적이다. 철골과 LED의 조합이 아름답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원작도 읽어보고 싶다. 시각과 청각의 활용, 컨템퍼러리하다. 움직임에 엄청나게 투자한
듯 보인다.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리듬감은 대사 없는 지루함이 견뎌진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조화시키지 못했고 메시지는 날아가버렸다. 예술을 하려고 의미보다 과한 자극을 날렸다. 불친절한데다가 관객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다. 귀와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 지쳤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최악이었다. 커튼콜이 끝나고 배우들이 퇴장한 후 객석에 남은 건 의아함 뿐이었다.


컨텐츠/영화 | Posted by SARO2 2014. 6. 10. 21:33

도희야 (2014)

영화 <도희야>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개략적인 영화 설명은 다음과 같다.

'외딴 바닷가 마을, 14살 소녀 도희. 빠져나갈 길 없는 그곳에서 친엄마가 도망간 후 의붓아버지 용하와 할머니로부터 학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도희 앞에 또 다른 상처를 안고 마을 파출소장으로 좌천된 영남이 나타난다. 도희의 구원, 영남. 용하와 다른 마을 아이들의 폭력으로부터 도희를 보호해주는 영남. 도희는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구원자이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영남과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영남의 비밀을 알게 된 용하가 그녀를 위기에 빠뜨리고... 도희으 마지막 선택. 무력하게만 보였던 소녀 도희, 하지만 영남과 헤어져야 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온 세상인 영남을 지키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굵직한 스토리는 '도희'의 이야기가 맞다. 그러나 substory인 영남의 이야기도 굉장히 중요한 이 영화는,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김새론이 맡은 선도희라는 캐릭터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며 배두나가 맡은 이영남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좌천된 경찰이다. 또한 영화엔 마을의 유일한 젊은이 용하에 의해 핍박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까지 등장한다. '도희'의 케이스를 본다면 사람들 대부분은 분노하겠지만 영남과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소수자들이 받는 차별과 고통은 평범한 사람이 보고도 모른 척하게 되는 대상이 되기 싶다. 도희의 이야기를 뼈대로 보여지는 영남의 고뇌, 그리고 짧게 다루어지는 외국인 노동자 착취라는 구조는 '정치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영남을 따르는 부하 경찰 한 명이 꽤 비중 있게 나오는데, 영남의 마음을 돌리는 역할을 준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는 도희를 어린 괴물이라 부르고 그 말이 사실이면서도 폭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남이 도희를 구하는 방식이 어쩌면 '구원자 컴플렉스'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의 말은 소수자의 입장을 자극하며 둘 사이의 고리를 만들어 준다.

특별출연 한 정희진이 짧지만 굵은 임팩트를 준다. 경찰서에 들어오는 장면은 숨이 턱 막혔다. 쭉 뻗은 다리 하며, 분위기까지 대놓고 톱스타로 밀어주던 이다미(세 번 결혼하는 여자)와는 완전히 달랐다. 역시 사람에겐 맞는 분위기와 배역이 있는 모양이다. 배두나와의 키스신도 있다.

이 영화는 사실 좀 도전적인 감이 있다. 처음부터 많은 복선과 설정을 깔고 들어가기때문에 상당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영남과 도희가 같이 목욕을 하는 장면에서 영남의 그것이 완전한 순전한 동정 어린 애정인가에 대한 문제는 카메라 워크가 만드는 의도적인 불안정성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있고, 도희가 '그여자'를 질투하는 장면 역시 어린 집착의 광기를 뒤집어 쓴 성인의 치정극처럼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치미를 떼듯, '정치적'으로는 옳은 길을 간다.

영화에 담긴 소수자의 욕망을 어찌 보시는가? 도희, 영남,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원하는 것이 있다. '집에 보내줘.' 여기서 더 정치적으로 나아가자면 '돈도 줘, 집에도 보내줘'겠지만. 영화는 영화다.



덧/ 동성애 소재가 아니라면 청불은 안 맞았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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